
성경에서 가장 짧은 책(단 21절) 중 하나인 **오바댜(Obadiah)**는 분량은 작지만, 그 속에 담긴 영적 폭발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형제 국가였던 '에돔'에 대한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과 최후 승리를 선포합니다.
1. 서론: '여호와의 종' 오바댜와 에돔의 교만
오바댜라는 이름의 뜻은 '여호와의 종' 또는 **'여호와를 예배하는 자'**입니다. 이 책의 기록 시기는 대개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던 기원전 586년경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남유다는 바벨론의 침공으로 나라가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오바댜서의 주된 공격 대상은 **에돔(Edom)**입니다. 에돔은 야곱의 형이었던 '에사오(에서의)'의 후예들로, 이스라엘과는 혈연적으로 '형제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돕기는커녕 오히려 대적의 편에 서거나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오바댜는 바로 이 에돔의 '교만'과 '방관', 그리고 '폭력'을 고발하며,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합니다.
2. 첫 번째 사건: 난공불락의 요새와 에돔의 '교만의 추락'
오바댜서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핵심 사건은 에돔의 교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선언입니다.
지형적 자만심과 영적 교만
에돔 족속은 오늘날 요르단 지역의 사막 산악 지대인 '세일 산'에 거주했습니다. 그들의 수도인 페트라(Petra)처럼, 바위 틈바구니와 험준한 절벽 위에 세워진 요새들은 외적의 침입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에돔은 스스로 "누가 나를 땅에 끌어내리겠느냐"며 기고만장했습니다.
별들 사이에 깃들일지라도
하나님은 오바댜를 통해 그들의 자만심을 정면으로 반박하십니다.
"네가 독수리처럼 높이 오르며 별들 사이에 깃들일지라도 내가 거기에서 너를 끌어내리리라" (오바댜 1:4)
이 사건은 인간이 쌓아 올린 난공불락의 성벽이나 경제적 자립, 군사적 힘이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에돔이 가장 신뢰했던 그 '높은 곳'에서 그들을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시키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이는 오늘날 자신의 능력과 소유를 믿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3. 두 번째 사건: 형제의 고난을 즐거워한 '방관의 죄'
오바댜서의 중심부(10~14절)는 에돔이 저지른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나열합니다. 이 대목은 성경에서 말하는 **'형제 사랑'**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가슴 아픈 기록입니다.
방관을 넘어선 가해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공격할 때, 에돔은 형제국인 유다를 도와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세 가지 단계의 죄를 범했습니다.
- 방관: 유다가 이방인에게 침략당하는 날에 멀리 서서 구경했습니다.
- 조롱: 형제의 재앙을 보며 기뻐하고 입을 크게 벌려 비웃었습니다.
- 약탈과 살육: 도망치는 유다 백성들을 가로막아 대적의 손에 넘겨주거나, 성안에 들어가 남은 재물을 약탈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공의
하나님은 이 '방관의 죄'를 매우 엄중하게 다루십니다. 오바댜는 **"네가 행한 대로 너도 받을 것인즉 네가 행한 것이 네 머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공의가 단순히 악인을 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통받는 자의 억울함을 갚아주시는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이웃의 고난을 외면하거나 타인의 불행을 나의 이득으로 삼는 행위가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큰 악인지를 이 사건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4. 세 번째 사건: 시온 산의 회복과 '여호와의 나라'
비록 심판으로 시작된 예언서이지만, 오바댜의 결말은 눈부신 회복과 승리의 비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17절부터 21절까지는 '여호와의 날'에 일어날 대역전극을 묘사합니다.
시온 산의 거룩한 회복
심판을 받아 황폐해졌던 시온 산(예루살렘)은 다시 거룩한 곳이 될 것이며, 야곱 족속은 자기 기업을 다시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 교만했던 에돔(에서의 족속)은 불붙은 초개(지푸라기)처럼 타버려 남은 자가 없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는 세상 권력의 일시적인 승리가 결국 하나님의 백성에게 돌아올 영원한 승리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임을 상징합니다.
나라가 여호와께 속하리라
오바댜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구절은 성경 전체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구원받은 자들이 시온 산에 올라와서 에서의 산을 심판하리니 나라가 여호와께 속하리라" (오바댜 1:21)
이 사건은 단순히 이스라엘이 영토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 온 우주의 통치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이 악해 보이고 믿음을 지키는 자들이 고난받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역사의 종착지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는 절대적인 소망을 심어줍니다.
결론: 오바댜서가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
오바댜서는 짧은 구절 속에 인간의 본질적인 죄성과 하나님의 통치 원리를 압축해 놓았습니다.
- 교만은 패망의 선봉입니다: 내가 가진 환경이나 능력을 신뢰하며 하나님을 잊는 순간, 우리는 에돔과 같은 추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 사랑 없는 종교는 가짜입니다: 형제의 아픔을 외면하는 '방관'은 하나님 보시기에 적극적인 가해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참된 신앙은 이웃의 고난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 최후 승리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오바댜는 "결국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가장 확실한 위로를 전합니다.
분량은 한 장에 불과하지만, 오바댜서가 선포하는 **'하나님의 주권'**과 **'형제 사랑'**의 메시지는 오늘날 갈등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영적 처방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