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에스라(Ezra)**는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어두웠던 암흑기인 '바벨론 포로기'를 지나, 하나님의 약속대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신앙 공동체를 재건하는 **'회복과 소망의 기록'**입니다. 역대하의 마지막 장면(고레스 칙령)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 책은, 무너진 것은 건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었음을 보여주며 진정한 회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줍니다.
서론: 포로 귀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에스라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스룹바벨을 중심으로 한 1차 포로 귀환과 성전 재건을 다루고, 7장부터 10장까지는 학사 에스라를 중심으로 한 2차 포로 귀환과 영적 개혁을 다룹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은 단순한 '고향 방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약속하셨던 **"70년 만의 회복"**이 성취되는 사건이었으며, 끊어졌던 다윗의 혈통과 언약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구속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에스라는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손'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를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1. 고레스의 조서와 제1차 포로 귀환 (에스라 1~2장)
에스라서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결정적 사건은 페르시아(바사) 왕 고레스의 전격적인 귀환 칙령입니다. 이는 인간의 정치적 결단처럼 보이지만, 성경은 이를 **"여호와께서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라고 기록합니다.
-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 당시 고대 근동의 패권자였던 고레스가 포로로 잡혀온 소수 민족에게 본국으로 돌아가 성전을 건축하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예물까지 지원한 것은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었습니다. 이는 세상의 통치자들조차 하나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스룹바벨과 남은 자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과 대제사장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약 5만 명의 유다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향했습니다. 이들은 바벨론에서 쌓아온 안정된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폐허가 된 예루살렘을 택한 '남은 자(The Remnant)'들이었습니다.
- 신앙적 의미: 회복의 시작은 인간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 이행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삶의 막힌 담이 허물어지는 것 역시 하나님의 '감동시키심'에서 비롯됨을 에스라는 서두부터 강조합니다.
2. 방해를 뚫고 완공된 제2 성전 (에스라 3~6장)
예루살렘에 도착한 백성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전 지대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 외부의 방해와 중단: 주변 사마리아 사람들과 대적들은 집요하게 건축을 방해했습니다. 그들은 페르시아 왕에게 모함하는 편지를 보냈고, 결국 성전 공사는 약 16년 동안이나 중단되었습니다. 백성들은 낙심했고, 자신들의 집을 짓는 데 급급해하며 영적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 학개와 스가랴의 독려: 하나님은 이 시기에 학개와 스가랴 선지자를 보내 백성들의 마음을 다시 일깨우셨습니다. "너희는 이 성전이 황폐하였거늘 너희가 이 때에 판벽한 집에 거주하는 것이 옳으냐"(학개 1:4)라는 질책과 위로는 백성들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 성전 완공(다리오 왕 6년): 드디어 기원전 516년, 중단되었던 성전이 완공되었습니다. 이를 **'스룹바벨 성전'**이라 부릅니다. 솔로몬 성전에 비해 규모는 작고 초라했을지 모르지만, 백성들은 크게 기뻐하며 봉헌식을 거행했습니다.
- 교훈: 하나님의 일에는 반드시 방해가 따르지만, 하나님의 말씀(선지자들의 메시지)을 붙들고 다시 일어설 때 반드시 완수된다는 '인내의 법칙'을 보여줍니다.
3. 에스라의 귀환과 말씀 중심의 개혁 (에스라 7~10장)
성전이라는 '외형적 건물'이 세워진 지 약 60여 년이 흐른 뒤, 드디어 이 책의 주인공인 에스라가 등장합니다. 그는 아닥사스다 왕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차 포로 귀환을 주도합니다.
- 학사 에스라의 결심: 에스라는 제사장 가문 출신이자 하나님의 율법에 능통한 학사였습니다. 그는 **"여호와의 율법을 연구하여 준행하며 율례와 규례를 이스라엘에게 가르치기로 결심"**했습니다(7:10). 건물이 세워졌어도 말씀이 없으면 공동체는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 이방 혼인 문제와 회개: 예루살렘에 도착한 에스라가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백성들과 지도자들이 이방 여인들과 결혼하여 가나안의 가증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멸망했던 근본 원인인 '영적 순결의 상실'로 돌아가는 위험한 신호였습니다.
- 광장에서의 회개 운동: 에스라는 옷을 찢고 머리카락을 뜯으며 하나님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했습니다. 이 처절한 회개는 백성들에게 전염되었고, 온 회중은 빗속에 모여 죄를 자복하고 이방 아내들과 절교할 것을 결단했습니다.
- 신앙적 의미: 진정한 부흥은 눈에 보이는 건물의 완성이 아니라, **'말씀 앞에 서는 것'**과 **'죄로부터의 분리'**에서 완성됩니다. 에스라는 이스라엘을 '제사 지내는 민족'을 넘어 '말씀을 살아내는 민족'으로 재정립했습니다.
결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에스라의 메시지
에스라서는 단순히 유대인의 귀국 보고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무너진 신앙의 기초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에 대한 정답지입니다.
-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십시오: 이방 왕의 마음도 움직이시는 하나님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도 역전시키실 수 있습니다.
- 본질로 돌아가십시오: 예배의 처소(성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말씀(율법)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모든 회복의 우선순위입니다.
- 거룩함을 지키십시오: 세상과 섞이지 않는 영적 순결함이 공동체를 살리는 힘입니다.
바벨론과 같은 세상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에스라는 다시 예루살렘(하나님의 통치)으로 돌아와 말씀의 기초 위에 인생을 재건하라고 강력하게 권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