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정복과 정착'의 대서사시입니다. 모세의 뒤를 이은 지도자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이스라엘이 어떻게 믿음으로 승리했는지 보여주는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3가지 사건과 그 의미를 정리해 드립니다.
서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지도자, 그리고 약속의 성취
여호수아기는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히 한 시대의 종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구체적인 현실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땅'에 대한 계약이 마침내 이행되는 과정입니다.
여호수아는 모세와 같은 카리스마적 예언자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는 '군사적 지도자'이자 '행정가'의 면모를 보입니다. 그는 "강하고 담대하라"는 하나님의 격려를 붙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가나안 정복의 길을 나섭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는 **"승리의 비결은 군사력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순종에 있다"**는 것입니다.
1. 요단강 도하와 길갈의 열두 돌 (믿음의 첫걸음)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은 무장한 적군이 아니라 가로막힌 요단강이었습니다. 당시 요단강은 모내기 시기로 물이 언덕까지 넘쳐흐르는 상태였습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독특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사건의 전개와 의미
제사장들이 언약궤를 메고 강물에 발을 내디딜 때, 흐르던 물이 멈추고 땅이 말랐습니다. 이는 홍해 사건의 재현이자, 새로운 세대에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강을 건넌 후 여호수아는 각 지파를 대표하는 12명의 사람에게 요단강 바닥에서 돌 12개를 가져다가 길갈에 세우게 합니다.
- 기억의 신앙: 이 열두 돌은 후손들에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어떻게 일하셨는가"를 교육하는 시각 자료가 되었습니다.
- 할례와 유월절: 길갈에서 이스라엘은 광야 세대에게 행하지 못했던 할례를 행하고 유월절을 지킵니다. 전쟁을 앞두고 전력을 보강하기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성결)를 먼저 회복한 것입니다.
2. 여리고 성의 함락 (순종의 승리)
여리고는 가나안 정복의 첫 번째 전략적 요충지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고고학적 조사에 따르면 여리고 성벽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매우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성을 무너뜨린 방법은 칼과 화살이 아닌 **'침묵과 소리'**였습니다.
사건의 전개와 의미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매일 성을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일곱째 날에는 일곱 번 돌며 일제히 외치라고 명령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전략에 철저히 순종했습니다.
- 하나님의 전쟁: 여리고의 함락은 이 전쟁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인간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나님이 행하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라합의 구원: 이 과정에서 이방인 기생 라합의 믿음이 강조됩니다. 정탐꾼을 숨겨준 그녀의 믿음은 그녀와 가족을 구원했으며,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놀라운 은혜로 이어집니다.
- 아이 성의 교훈: 여리고 승리 직후, 이스라엘은 작은 '아이 성'에서 참패합니다. 이는 '아간'이라는 인물의 탐욕(불순종) 때문이었습니다. 승리 뒤에 숨은 영적 교만과 불순종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3. 세겜 언약 갱신 (선택과 결단)
가나안 땅의 주요 거점을 정복하고 각 지파에게 땅 분배를 마친 후, 노년의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을 세겜으로 소집합니다. 이곳은 일찍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첫 제단을 쌓았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사건의 전개와 의미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회상하며, 이제 그들이 누구를 섬길 것인지 결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의 고백은 여호수아기의 결론이자 신앙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만일 여호와를 섬기는 것이 너희에게 좋지 않게 보이거든...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여호수아 24:15)
- 신앙의 자발성: 이스라엘 백성은 "우리가 결단코 여호와를 버리지 아니하고 다른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오리니"라고 응답하며 언약을 갱신합니다.
- 언약의 전수: 땅을 차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죽기 직전까지 백성들이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도록 영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결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여호수아기는 단순히 고대 전쟁사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요단강'과 '여리고 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
- 하나님의 타이밍: 요단강은 물이 넘칠 때 갈라졌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하나님의 기적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 방법보다 관계: 승리는 전술에 있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성결)에 있습니다.
- 날마다의 선택: 세겜의 결단처럼, 신앙은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오늘 내가 누구를 주님으로 모실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입니다.
여호수아의 삶을 통해 우리는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도 여호수아처럼 "강하고 담대하게" 믿음의 발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 앞의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